오래 전 제게 보약을 지어주시던 선생님은 '나쁜 점은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고쳐야 한다. 나이들면 점점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꼭 나쁜 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기질은 나이들며 점차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흔 넘은 어머니와 일흔이 가까워지는 딸의 만남이 자꾸 삐그덕거리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겠지요. 하루라도 집에 머물면 병이 나신다는 어머니와 달리 저는 가능한 한 집안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거나 많은 물건이 있는 곳을 매우 싫어하는데 어머니는 사교와 백화점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부르시면 싫다는 말을 못하고 백화점에 동행하곤 했습니다. 다녀와서 앓는 것은 저와 함께 사는 가족들만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아흔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외출을 좋아하시고 그 외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