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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34: 전화 (2024년 11월 3일)

머리 아픈 회의 끝 참석자들과 헤어지는데전화벨이 울립니다. 서둘러 인사하고 바지주머니의 전화기를 꺼냅니다.  번호를 보니 3월에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친구입니다. 제 어머니 돌아가신 걸 뒤늦게 알았다며 미안해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제 몸과 마음이 좀 편해진 후에만나자고 하고는 7개월이나 소식을 전하지못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연거푸불렀지만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만 났습니다.친구가 저와 통화하려고 번호를 누른 게아니고 동작 중에 제 번호가 눌리었나 봅니다. 전화를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직은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릅니다.어머니도 가끔 그러셨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낯익은 번호가 보이면 반가워..

동행 2024.11.03

시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에곤 실레 (2024년 10월 31일)

인간은 약한 존재일까요, 강한 존재일까요?지구의 기후를 바꾸는 존재이니, 인간 스스로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같으면 노랗고 붉은 단풍이 거리를 뒤덮을 때이지만, 올가을 가로수들은 푸르지도 붉지도않은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저 나무들이 저렇게된 건 바로 인간 때문입니다. 새삼 인간이 놀랍고,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방식이 무섭습니다. 아름다운 단풍의 부재처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즉 지구적 전염병도 자연의 복수를 보여줍니다.1918년에서 1920년까지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도그중 하나이겠지요.  겨우 28세에 시월의 마지막 날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는 지구를 괴롭힌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복수 당한 ..

동행 2024.10.31

아기에겐 죄가 없다 (2024년 10월 28일)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에 갈 때는 생각해야 합니다.커피값을 지불하고 휴식을 누릴 만큼 열심히 살았는가,열심히 일했는가.. 커피값이 비싼 카페에 갈 때는 싼 집에 갈 때보다 더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을 끝낸 후 카페에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는 더 없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부자에겐큰돈이 아니지만 제게는 큰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책을 보는데, 아기띠를 멘 세 명의 엄마가 끊임없이 카페 안을 돌아다니며 아기를 얼렀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처럼 큰 카페면 아기띠에 안은 아기를 어르는  엄마가 다섯쯤 돌아다녀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간 북카페는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조그만 카페였습니다. 그 카페의 주인은 누구보다 아기와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완전..

동행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