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김영석 시인의 ‘새벽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1985년 12월에 출간된 시집 <다시 핀 꽃에게>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시가 발표되던 80년대에 비해 나라는 부유해지고 청년들의 키와 몸집은 커졌지만 그들의 마음과 의지는 오히려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속적 성공을 찬양하고 고무하며 '네 맘대로 살면 실패한다'고 윽박지르는 어른들과 언론 때문이겠지요. 우리의 청년들이 누가 뭐라 하든 기죽지 않고 '언 땅을 맨 발로 딛고 오는' 새벽처럼 단단해지기를 빕니다.
새벽의 마음
청년아
어찌하여 새벽이 한사코
언 땅을 맨 발로 딛고 오는지 아느냐
먼 동 어스름에 어깨를 드러낸
저 굳건한 산맥들을
다시금 네 이마 위에 세우고
목이 메어 돌아서는 뜻을 아느냐
가난한 나라의 청년아
쓰레기 더미 버림받은 곳으로
가파른 바람받이 언덕으로
헐벗은 이웃들을 제일 먼저 찾아가
시린 손 잡아 일깨워 주고
방방곡곡 기울어진 감옥을 바로 세우며
어찌하여 새벽이 한사코
네가 부셔야 할 벽마다
돌 하나 더 높이 얹어 놓고 가는지
적은 고통 위에
큰 고통 하나 더 얹어 놓고 가는지
너는 아느냐
뜬눈으로 지새운 추운 네 방
희부연 창호지에 언 볼 부비며
날마다
말없이 그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빈 들판을 건너가는
새벽의 벗은 마음을 아느냐
청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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