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시 ‘十字架(십자가)’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일 모레면 크리스마스라고 거리 곳곳에 캐럴이 울려 퍼지지만, 캐럴로 인해 즐겁긴커녕 오히려 슬퍼지고 외로워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우리 국민 6명 가운데 1명의 연간소득이 천만 원에도 못 미치고, 65세 이상 노인층은 절반 가량이 빈곤층이라니까요.
한밤중에 창밖을 내다보면 빨간 십자가들이 많이 보입니다. 교회는 많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십자가를 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고 밤새워 노는 사람은 많지만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 우리나라에 예수가 오신다면 교회의 잠긴 문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 동사하지 않을까요?
十字架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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