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정끝별 시인의 ‘오랜 추파秋波’를 읽어드렸습니다. 정 시인은 이 시를 비롯한 15편의 작품으로 2008년 제 2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들은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 실려 있습니다. 문학상 선고위원회는 정 시인의 시들이 “일상 언어에 시적 감각을 새롭게 부여하면서 반복적인 일상의 삶 자체에 숨겨져 있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해내는 새로운 시법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좀 어려운 말이지만 ‘오랜 추파’를 읽고나면 쉽게 이해됩니다.
오늘 틀어드린 노래 중에는 샹송이 두 곡이나 있었습니다. 이브 몽땅의 '고엽'과 그의 선배이며 연인이었던 에디뜨 삐아프의 '사랑의 찬가'인데요, 안개 낀 가을 아침과 잘 어울렸습니다. 음악은 방송 홈페이지의 '다시 듣기'에서도 다시 들을 수 없지만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랜 추파秋波
--미당의 눈맞춤으로
덤불숲에 콩자루 쏟듯 출렁이는 시월의 딱새 떼 소리가
먼저 낯붉히다 은근슬쩍 단풍들어버린 조숙한 잎새가
남 몰래 눈 맞춰두고
갈대 끝에 매달린 저녁 흰 별의 기다란 목줄기가
벙근 달빛을 밤새 파고들다 자욱이 지친 새벽안개가
누구보다 좋게 눈 맞춰두고
아침 풀더미에 백짓장 되어 드러누운 첫서리 낯빛이
맛 든 대춧빛 겨드랑이 속살의 저물녘 물미리가
눈 맞춘 델 거듭 어루만지는
백 년 묵은 달걀처럼 고스란히 품어 삭힌
아득한 그 눈빛이
'즐거운 산책'은 매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TBS 95.1 MHz를 통해 들으실 수 있는데, 지난 주부터 팟캐스트가 시작되어 이젠 언제 어디서나 들으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에서 iblug라는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실행하여 '즐거운 산책'을 검색하면 들으실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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