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벼 (2012년 10월 7일)

divicom 2012. 10. 7. 23:30

오늘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이성부 시인의 ’를 읽어드렸습니다. 1974년 출간된 시집 우리들의 양식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들판에 익어가는 '벼'를 보며 서로에게 기대어 더욱 '튼튼해진 백성'을 봅니다.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즐거운 산책'의 '오늘의 노래' 시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부르는 노래의 날개 위에(Auf Flügeln des Gesanges)’를 틀어드렸습니다.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시에 펠릭스 멘델스존(1809 ~ 1847)이 곡을 붙인 노래가 참 아름답습니다. 


하이네의 아버지가 멘델스존의 어린 시절 스승이었고, 하이네와 멘델스존 둘 다 유대계 독일인이지만, 둘의 인생은 많이 다릅니다. 멘델스존이 유복한 환경에서 명랑한 사람으로 성장한데 비해, 하이네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숙부의 도움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서정시인임과 동시에 반()전통적·혁명적 저널리스트로 자랐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꼭 한 번 들어보시지요.


 

노래의 날개 위에

 

노래의 날개 위에 그대 태우고

사랑하는 그대여 갠지스 강가의 풀밭으로 가자

거기 우리가 쉴 아늑한 보금자리 있으니

고요히 달빛 받는 장미의 화원

연못에서 연꽃들은 사랑스런 누이를 기다린다

(중략)

그 화원의 종려나무 아래

우리 나란히 누워

사랑과 안식의 술잔을 나누고

행복한 꿈을 꾸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