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이성부 시인의 ‘벼’를 읽어드렸습니다. 1974년 출간된 시집 ‘우리들의 양식’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들판에 익어가는 '벼'를 보며 서로에게 기대어 더욱 '튼튼해진 백성'을 봅니다.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즐거운 산책'의 '오늘의 노래' 시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부르는 ‘노래의 날개 위에(Auf Flügeln des Gesanges)’를 틀어드렸습니다.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시에 펠릭스 멘델스존(1809 ~ 1847)이 곡을 붙인 노래가 참 아름답습니다.
하이네의 아버지가 멘델스존의 어린 시절 스승이었고, 하이네와 멘델스존 둘 다 유대계 독일인이지만, 둘의 인생은 많이 다릅니다. 멘델스존이 유복한 환경에서 명랑한 사람으로 성장한데 비해, 하이네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숙부의 도움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서정시인임과 동시에 반(反)전통적·혁명적 저널리스트로 자랐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꼭 한 번 들어보시지요.
노래의 날개 위에
노래의 날개 위에 그대 태우고
사랑하는 그대여 갠지스 강가의 풀밭으로 가자
거기 우리가 쉴 아늑한 보금자리 있으니
고요히 달빛 받는 장미의 화원
연못에서 연꽃들은 사랑스런 누이를 기다린다
(중략)
그 화원의 종려나무 아래
우리 나란히 누워
사랑과 안식의 술잔을 나누고
행복한 꿈을 꾸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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