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통방송(tbs FM 95.1MHz)의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나희덕 씨의 시 ‘시월’을 읽어드렸습니다. 저는 이 시를 참 좋아해서 전에도 이 블로그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시는 2004년에 출간한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월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 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즐거운 산책'에는 또 '오늘의 노래'라는 코너가 있는데, 오늘은 서울남성합창단이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들려드렸습니다. 1962년에 만들어진 노래... 언제 들어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노래, 언젠가 누구나 금강산에 갈 수 있게 되면 이 노래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되겠지요.
오늘 아침 방송에선 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참된 시'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정약용 산문 선집>에서 인용해 읽어드렸습니다. 좋은 글을 찾아낸 정선임 작가에게 감사합니다.
참된 시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으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고 미운 것을 밉다고 하며
착함을 권장하고 악함을 징계하지 않으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그러므로 뜻이 서 있지 않고, 학문이 익지 않으며
진리를 알지 못하고, 군주를 잘 보좌하여
백성들을 잘 살게 하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다
'즐거운 산책'은 매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데, 오늘부터 팟캐스트가 시작되어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들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에서 iblug라는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실행하여 '즐거운 산책'을 검색하시면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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