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남 (2012년 9월 12일)

divicom 2012. 9. 12. 18:25

오래 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꾸 어려워집니다. 반가운 만남이 실망으로 바뀌는 일이 잦아서입니다. 삼십년 전엔 반짝반짝하던 사람이 만나자마자 전도를 하려 하거나 만나는 시간내내 과거 얘기를 하면, 내가 지금 왜 여기 앉아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나 기운이 빠집니다. 시간에 쫓겨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책 생각이 나고 정말 만나고 싶은데도 서로 바빠 만나지 못한 친구도 생각납니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며 예전의 자신만 못하게 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노화를 무릅쓰고 자신을 지키는 일 --발전시키는 건 고사하고 --이 참으로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노추(老醜)라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특히 아직 명함을 갖고 다니는 젊은 노인들 중에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대개의 동년배들은 명함 없이 사는데 자신은 '현역'이라고 말과 어깨에 힘을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람들을 크게 '교사'와 '반면교사'로 나누면, 어떤 날은 기분좋게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 '교사'들을 만나게 되고, 또 어떤 날은 '저 사람처럼 하면 안 되겠구나' '저 사람처럼 되면 안 되겠구나'하는 식의 깨달음을 주는 '반면교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무는 대개 나이들어갈수록 아름다운데 왜 사람은 그렇게 될 수 없을까, 다시 낯익은 의문을 반추합니다. 가능하면 '반면교사'가 되지 않게 더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