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우주 골짜기 (2012년 7월 21일)

divicom 2012. 7. 21. 22:45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이성선 시인의 시 두 편을 읽어드렸습니다.  

‘우주 골짜기’와 '나 없는 세상'인데, 두 편 다 1999년에 시와 시학사에서 출간한 山詩집 <산>에 실려 있습니다. 보통 시집은 다른 책들보다 싼 편이지만 이 시집은 4만 9천원이나 합니다. 시와 함께 실려 있는 먹그림들과 시처럼 깊은 맛을 주는 종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값비싼 시집은 2004년인가 정혜원 씨로부터 선물 받은 것입니다. 이 시집을 선물했던 혜원씨는 성매매여성을 돕는 재단법인 봄빛여성재단을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다 지난 2010년 8월에 별세했습니다.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그의 타계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두어 달 후 우연히 듣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크나큰 슬픔 속에서 그를 추억하며 썼던 글, '아름다운 사람 정혜원'이 블로그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겁니다. 타계 당시 그는 겨우 50대 중반이었고 저보다 두 살이나 어렸습니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부인으로 안락하고 화려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가장 힘겹게 사는 동행들을 돕느라 헌신하다 병을 얻은 것이지요. 


이성선 시인도 2001년 만 예순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랜만에 이 시들을 읽다보니 이성선 시인과 정혜원 씨, 두 분 다 삶과 죽음의 의미, 우주의 영속성 같은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이 시를 꺼내든 건 1969년 오늘이 생각나서 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여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얼드린이라는 두 지구인이 달에 발을 디뎠던 날이지요. 겨우 21시간 달에 머물렀던 일을 두고 '달을 정복했다'고 외치던 매스컴... 지금도 얼마나 많은 일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을까요?


우주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점보다 작은 점, 먼지보다 가벼운 먼지이겠지요. 삶이 힘들다 느껴지실 때는 우주 속 우리 삶의 가벼움을 생각하시며 위로받으시길 빕니다. 그럼 시 한 번 읽어보시지요.



우주 골짜기


옹달샘가에서

갓 피어난 동자꽃이

샘물을

들여다본다


샘물이

물 마시러 찾아온

사슴을

쳐다본다


작은

우주 골짜기



나 없는 세상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 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