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 (2011년 6월 20일)

divicom 2011. 6. 20. 22:35

남향 베란다 햇살은 밤이나 되어 걷힙니다. 큰 나무들은 종일 따끈한 햇빛을 즐기는 듯하지만 작은 꽃나무들은 일찍 지칩니다. 아기 장미와 재스민이 유독 지친 듯해 가랑비 같은 물을 뿌려줍니다. 조심스레 잎을 씻으며 보니 작은 잎과 줄기 사이로 비단실보다 가느다란 거미줄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저희집엔 적어도 몇 마리의 거미들이 살고 있습니다. 단지 외양이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두었더니 거미의 수가 늘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이 거미들이 작은 나무들을 사랑하는 게 분명합니다. 큰 나무엔 없는 안개막이 작은 잎과 잔 가지를 칭칭 싸매고 있습니다.

 

거미에겐 사랑줄이지만 작은 잎과 줄기들에겐 포승인가 봅니다. 거미줄에 걸린 잎과 줄기는 색이 바랬을 뿐만 아니라 윤기도 없으니 꼭 묶인 자의 안색입니다. 숲에 사는 장수하늘소를 사랑하여 잡아다 두고 집에서 키워보면 며칠 되지 않아 화려한 광택이 사라지고 장수하지 못합니다.

 

거미의 사랑이나 사람의 사랑이나, 사랑은 닮아 있습니다. 묶어두려 하면 떠나려 하고 떠날 수 없을 땐 빛을 잃는 거지요. 누구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를 자유롭게 해주어야 합니다.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많으나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적은 시대, 무엇보다 자신의 자녀조차 사랑할 줄 모르는 어머니가 너무 많은 시대, 햇살은 뜨겁지만 가슴은 서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