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간디의 안경 (2011년 6월 16일)

divicom 2011. 6. 16. 17:48

인도 서부에 있는 종교적 은둔처인 세바그람 아쉬람에 전시 중이던 마하트마 간디의 안경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간디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의 선량한 두 눈을 감싸고 있던 동그란 안경을 기억할 겁니다. 그 안경은 간디가 쓰던 소소한 물건들과 함께 열쇠 채운 유리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언제 누가 가져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일년에 약 30만 명의 방문객들이 그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그곳에 가는 사람들은 그 안경을 못 볼 테니 안타깝습니다.

 

안경처럼 함께 쓸 수 없는 물건도 드뭅니다. 색안경이나 멋 안경은 몰라도 도수 안경은 특정인 한 사람만을 위해 맞춘 것이니 남의 것을 가져간다 해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간디의 안경을 가져간 사람은 아마도 간디를 흠모하고 선함과 장난기가 조화로운 그 눈빛을 좋아하는 사람일 겁니다. 아니다, 유명한 이의 물건이니 비싼 값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져 갔을 거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래 전 성인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성인의 유품을 훔쳐가던 사람들처럼 간디의 안경을 가져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디가 쓰던 안경을 갖고 있다거나 쓴다고 해서 간디와 같은 시선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간디와 같은 시선을 가지려면 마음이 간디를 닮아야 하고 그 마음에 따라 간디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간디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 사람이 보고 깨우침의 실마리로 삼아야 할 물건을 자기 수중에 넣어 혼자 보고 즐기지 않을 겁니다.

 

어느 날 문득 간디의 안경이 돌아왔다거나, 여기 둔 줄 알았더니 저기 있었다는 기사를 읽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간디의 시선이 그리운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