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의 공적인 지면에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 중에 가장 폭넓은 주제를 가장 명징한 언어로 다루는 사람이 고종석 씨가 아닐까 합니다. 그와는 80년대 신문사의 선후배로 만났으나 그 시초는 지워진 지 오래이고, 선배였던 제가 오히려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가 준 그의 저서 <코드 훔치기>에서 '지식인'의 정의를 읽습니다. 책의 6장 '지식인의 죽음, 지식인을 위한 변호'에서 '지식인'의 정의를 옮겨둡니다. 군데군데에서 '지식인'의 정의에 해당되는 부분만 떠다 놓아 고종석 씨의 핀잔을 듣는 거 아닐까 슬며시 걱정이 됩니다.
유럽 은행의 초대 총재를 지낸 저술가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지난해에 낸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지식인' (intellectuel)을 이렇게 정의했다. "세상의 광기를 자유롭게 관찰하는 사람, 확신시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 지배하기보다는 매혹하려고 애쓰는 사람, 순응주의에서 벗어난 사람, 세상이 잠든 밤에도 깨어있는 사람, 눈먼 확신의 속죄양."
... 지칠 줄 모르는 '참여'를 통해 지식인이라는 말의 상징이 된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 (1972)에서 ... 지식인에 대한 모든 비난은 "지식인이란 자기와 상관도 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 뒤, 바로 그것이야말로 지식인의 정확한 정의라고 되받았다. 지식인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그 말을 바꾸면 지식인은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과 관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드레퓌스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던 에밀 졸라나 아나톨 프랑스 같은 작가처럼 말이다.
사르트르는 더 나아가 지식인은 자신의 지적 영역에서 쌓은 명성을 '남용' (사르트르에게 이 '남용'이라는 말은 당연히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하여 기존의 사회와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바로 이 '남용'이야말로 지식인의 본질적 부분이고, 어떤 체제, 어떤 시대에도 지식이 처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설명해주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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