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반값 등록금 시위 (2011년 6월 11일)

divicom 2011. 6. 11. 09:54

텔레비전을 보며 6월이구나 새삼 생각합니다. 화면 가득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시위대보다 많은 경찰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무수한 가정을 빚더미에 앉히고 젊은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높은 등록금에 대해 정치적 언어는 끊이지 않지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핵심을 보아야합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등록금이 너무 높으니 줄이자는 겁니다. 재정 형편이 나쁜 대학들은 어쩌느냐고요? 문을 닫아야겠지요. 아주 양질의 교육을 하는 대학이 재정 형편 때문에 문을 닫아도 되느냐고요? 그런 일은 드물겠지만 일어난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의 수명이 인격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듯이.

 

등록금을 내기 힘겨운 학생들만이 아니라, 자녀의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애쓰는 부모들만이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 등록금을 쉽게 내는 학생들과 돈이 많아 자녀의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모들까지, 모두 함께 이 문제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무심히 대했던 다른 문제들까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문제'가 곧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의 시위를 보며 김수영의 시를 생각합니다. 시의 첫 줄은 여러 사람들이 빌어다 써서 그의 것인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수영 시선 <거대한 뿌리>에서 인용합니다. 참, 이 시를 생각하는 건 '반값 등록금 시위'가 이 첫 줄에 나오는 '조그마한 일'이어서가 아닙니다. 오해 없기 바랍니다. 시에 나오는 한자는 모두 원문 그대로입니다. 시에 나오는 한자를 우리말로 적으면 '고궁' '왕궁' '오십' '월남' '삼십' '정서'입니다.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三十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情緖로

가로놓여있다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