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 공공도로 아래에 ‘사랑의 교회’가 예배당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은 대법원 맞은편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3·4번 출구 옆 너른 터, 새 예배당 이름은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GMC)라고 합니다. 작년에 시작된 이 공사로 인해 교회측이 공사장 왼편의 ‘참나리길’을 차단, 공사장 터로 쓰면서 공사장 서쪽 길이 165미터, 너비 8미터짜리 공공도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이 센터에는 대지 면적 6,782평방미터(2051평)에 각각 지하 8층~지상 8층, 지하 8층~지상 14층 규모의 건물 두 채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두 건물을 관통하는 지하에 들어서는 예배당은 전체 대지 면적에 참나리길 아래 면적 1078㎡(326평)가 더해진 거대한 규모가 될 거라고 합니다. 현재는 참나리길 지하의 흙을 파내려고 길 위에 복공판을 깔고 있다고 합니다. 한겨레신문이 이 교회의 교인을 인용하여 보도한 걸 보면, 교회가 확보한 대지 면적으로는 예배당이 4500석 규모밖에 안 돼 6000석 규모를 맞추기 위해 도로 아래까지 파들어가는 거라고 합니다.
이 공사는 서초구청의 건축 심의 등을 통과해 지난해 6월17일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공공도로의 지하를 종교시설이 이용하도록 허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서초구청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등의 지도를 받아 허가를 내주었다며 교회가 1년치 도로 점용료로 1억4000만원을 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법 시행령 28조 5항에 ‘지하상가·지하실·통로·육교,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도로점용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고 합니다.
사랑의 교회는 이 터에 교회를 짓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왕복 8차선과 6차선의 대로변 교차지점이면서 지하철역과 접해 있는 도심을 매입하는 데 다소 주저했지만, 이 땅에 주님의 복음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은 시기에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 보다 강하고 폭넓은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매입하기로 했다.”
최근 친한 친구가 인터넷에서 매물로 나온 교회를 보고 실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15억 원이래. 15억만 있으면 그걸 사서 십자가를 떼어내고 싶은데 그 돈이 없네." 일 주일 헌금액이 수천 만원, 수 억원에 이르는 교회들이 수두룩해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교회건물이 권리금 붙은 부동산이 된 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지하철역에 접한 교회는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아주 높을 겁니다. 더구나 이 교회 신자 중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김덕룡 대통령 특보 같이 고명한 분들이 많다니 제2의 소망교회가 되기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회건축위원회에는 현직 감사원 고위직과 전 산업은행 총재 등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겨레신문이 인터뷰한 대형 로펌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특정 종교단체의 편의를 위해 공공도로의 지하 공간을 배타적이고 반영구적으로 이용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도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도로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저는 법은 잘 모르고, 참나리길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으며, '사랑의 교회'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지만 조금 걱정이 됩니다. 우주는 균형을 지향하여, 우주 안의 것은 무엇이나 과(過)하면 멸(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에 들어온 지 고작 100여 년 된 종교가 수천 년 묵은 나라의 뿌리를 파들어 세를 과시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쳐 보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랑'을 기치로 내건 교회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것은 거대한 교회를 짓는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랑의 교회'의 지나친 확장이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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