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난방 (2010년 10월 27일)

divicom 2010. 10. 27. 08:47

제 추위는 식물성입니다. 발에서부터 한기가 올라 전신으로 자라는 것이 꼭 살아있는 식물 같습니다. 여름에도 가끔 얼곤 하는 발부터 종아리까지 한 데 있는 물건처럼 차가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

 

며칠을 버티다 마침내 전기요에 불을 넣었습니다. 한 십분 지나니 바닥이 따뜻해집니다. 이불과 요 사이 따스한 틈새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합니다. 가능한 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생각은 복병,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시나브로 찾아옵니다. 제일 먼저 미안하다는 생각입니다. 가을은커녕 한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못하고 사는 독거노인들이 많은데 벌써 요를 데워 잠들었으니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언제나 이 고민을 하게 됩니다. 보일러를 켜는 건 쉽지만 난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면 쉬이 켤 수가 없습니다. 더운 여름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기 어려운 이유와 같은 이유이지요.

 

정부가 국민을 위해 최소한만 해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난방이나 냉방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추위는 더위보다 피하기 힘듭니다. 밖이 영하의 기온이라면 실내는 25도쯤은 되어야 합니다. 저소득 가정에 도시가스 보일러를 놓아주는 것이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 일입니다.

 

어느새 발이 다시 얼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순복음교회 창립자인 조용기 목사에 관한 기사가 보입니다. 자신으로부터 독립하여 교회를 세운 제자들을 축하하는 특별한 예배(10월 20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천막 목회 초기부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열매를 많이 맺으려고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렇게 큰 교회가 됐다. 험난한 목회 현장에서 1년 동안 무사히 살아남았으니 더 큰 교회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역하라."

 

미주뉴스엔조이 홈페이지(www.NEWSNJOY.COM.US)에 실린 기사에는 또 이런 구절도 보입니다.

"교인 수 100만이 넘는 교세를 이룩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교단의 원로인 조용기 목사는 작은 교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몇몇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작은 교회가 아릅답다'고 말하곤 한다. 조 목사의 생각은 이렇다. '큰 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를 말하는 것 같아 뜨끔한다. 주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매를 많이 맺으려 노력하다 보니 교회가 성장했다.'

 

예수님 안에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예수 안에 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조 목사의 논리는 '작은 교회는 곧 실패한 목회'라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열매를 많이 맺어야 한다.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마라. 목회에 실패한 이들이나 하는 변명이다. 주님 보기에 큰 교회가 아름답다.'" 

 

저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미션스쿨에 다녔습니다. 교과목에 '성경'이 들어 있는 학교, 일 주일에 세 번이나 예배에 참석해야 졸업할 수 있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의 선생님들이 모두 잘못 가르쳤던 거라면 몰라도 "주님 보기에 큰 교회가 아름답다"는 말 속의 '주님'이 예수님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마굿간의 구유에서 태어난 그분의 사랑은 가장 낮은 곳, 가장 가난한 땅으로 흘렀으니까요. 

 

교회가 헌금을 예수님이 원하는 곳에 쓴다면, 결코 대형교회가 될 수 없을 겁니다. '열매를 많이 맺은 아름다운' 교회들이 아직 예수님을 잊지 않았다면, 가난한 집에 보일러를 놓고 가스비를 대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이나 기사를 위한 보이는 '자선' 말고 예수님의 제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