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음악을 듣는 시간 (2026년 1월 22일)

divicom 2026. 1. 22. 12:24

요즘 어린이들이 제 나이쯤 되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제일 먼저 영어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젖먹이 아기 옆에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영어를 틀어놓는 엄마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보다 운 좋은 어린이였던 제게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신세계교향곡'과 '시냇물은 졸졸졸졸' '아빠하고 나하고' 등

동요들이지요. 음악은 그렇게 책 읽는 재미를 알기 전

어린 저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희 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학생들 대부분이

클래식 음악으로 음악 듣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거리의 상점에서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흔히 '뽕짝'이라

불리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요즘 K팝과

트로트처럼 대세는 아니었습니다. 클래식과 영미의 팝송,

프랑스의 샹송, 이탈리아의 칸초네 등 다양한 음악이

들렸습니다. 한국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하며 다양성을

잃어가는 데에는 천편일률적 음악 방송이 한몫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결혼하는 사람들은 자동차와 큰 가전제품 장만에 

열을 올리지만 제가 결혼하던 시절엔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의 집 2층에 세 들어

신혼 살림을 시작한 저도 작은 것이나마 오디오를

장만했습니다. 주중에는 맞벌이하느라 음악 듣기가

어려워도 주말은 클래식을 들으며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그렇게 생활의 일부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음악을 듣지 못했습니다. 늘 편하게 쓰던

CD플레이어가 고장 났는데 고칠 수 없는 고장이었습니다.

오래 쓴 물건이니 버리지 못하고 클래식이 듣고 싶을 땐

TV의 아르테 채널을 틀거나 유튜브에서 들었는데, CD를

거실 스피커로 들을 때와 너무도 달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음악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나날이 쌓이면서 제 안에

설명할 수 없는 응어리 같은 게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음악 금단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니 얼마 전부터는 양쪽 귀까지 번갈아 아팠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아들이 새 CD플레이어를 사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참으로 오랜만에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아리아들을 들었습니다. 거실 전체를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채우고 앉아 있으니 큰 음악당에서 파바로티의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귀가 아팠던 것도 음악 금단 현상의 일부였는지

이젠 귀도 아프지 않습니다. 이젠 제가 아침 일과를 시작하며

듣는 'Peace of Mind'와 'Sunrise'를 비롯해 지미 스트레인의

노래들을 들으려 합니다.

 

2026년 1월 현재 인류는 너무 심한 시각 의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들의 발달로 이제 인간은 80퍼센트의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겐 시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눈을 감고 귀를 활짝 열어 뛰어난

선조들이 남긴 불멸의 소리를 듣고 그 여운을 음미해 보십시오!

하루가 달라지며 인생도 달라질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_1N6_O254g

https://www.youtube.com/watch?v=rxxHvW0oNpU&list=RDEMw2dTYKhZQEst4czqcF8M-Q&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KHidJXZl8gc&list=RDKHidJXZl8gc&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