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아빠 김병기, 엄마 이혜훈 (2026년 1월 18일)

divicom 2026. 1. 18. 11:47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씨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혜훈 씨의 재산 축적과 자식 지원 과정을 보고

절망하며 자녀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저 하나는

아닐 겁니다.

 

저도 평생 제법 열심히 일하며 살았지만 그 사람들처럼

머리 써서 돈을 모으기는커녕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쓰기 바빴고 제가 사는 방식이 옳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자 많은 나라의 돈 없는 노인이 되어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왜 늘 제게 '매달린 개가 누워 있는

개들을 안쓰러워한다'며 혀를 차셨는지 알 것 같고,

매달 월세와 공용 요금을 내느라 끙끙 앓는 제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그런대로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제가 이런

회의와 미안함을 느낄 때, 김 씨와 이 씨처럼 돈 많고

'헌신적인'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들은 어떤 기분일까요?

그 기분의 영향으로 '그냥 쉬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나는

건 아닐까요? 

 

아래에 이 글의 제목이 된 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의 

칼럼을 옮겨둡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60116/133175499/2

아빠 김병기, 엄마 이혜훈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을 설명하는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지난해 20, 30대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구당 자산이

5% 가까이 늘었는데 오직 39세 이하 청년층의 자산만 감소했다.

소득이 적어 ‘영끌’도 힘든 청년층이 집값 상승 흐름에서 배제된

까닭이다. 청년 자살률도 10년 이래 최고치였다. 이런 우울한 뉴스를

순식간에 덮은 건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끝없이 터져 나오는 의혹이었다.

역시나 ‘부모 찬스’ 의혹은 빠지지 않았다.

자식 뒷바라지에 너무 바빴던 아빠

김 의원은 당무 보랴, 지역구 챙기랴 바쁜 와중에도 두 아들을

위해 ‘슈퍼맨’처럼 움직였던 것 같다. 김 의원의 장남은 4차례

국가정보원 공채에 응시한 끝에 2016년 합격했다. 장남이

2014년 공채에서 탈락하자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이

국정원에 불합격 처분 취소를 지속해서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6년 김 의원의 아내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낙방에 항의하는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 실장은 “경력직을

추가로 뽑을 것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 통화 넉 달 뒤

장남은 합격했다. 장남은 입사 9년 차인 2024년 극비리에

수행해야 할 국정원 업무를 아버지를 통해 보좌관에게 ‘외주’를 준

정황도 드러났다.

 

그간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 차남은 2023년 3월 대학과 기업이

계약을 맺고 직원을 교육하는 계약학과인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했다. 그 방법이 기발했다. 차남은 편입하기 전에 A기업에

취업했다가 10개월을 채우고 그만뒀다고 한다. 김 의원이 숭실대

총장을 직접 만나 편입 방법을 문의했고, A기업 대표에게 취업 청탁

전화를 했던 정황을 볼 때 편입 조건을 갖추려는 위장 취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차남은 졸업 후에 ‘빗썸’에 취직했는데 이때도 김 의원이

차남의 이력서를 들고 다녔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보도됐다.

청년 인턴에는 갑질, 자식은 애지중지

이 후보자의 모성애도 아들을 위해 국회의원을 했나 싶은 김 의원의

부성애 못지않다. 장남의 ‘위장 미혼’으로 가점을 얻어 로또 아파트에

당첨된 건 ‘부모 찬스’가 아닌 ‘아들 찬스’라 치자. 차남과 삼남은

집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와 경찰서에서 각각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앞으로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은 이들이

근무를 시작한 해부터 공익요원을 받았다. 이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삼남 근무지로 수박을 배달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자식 같은

의원실 인턴에게 “IQ가 한 자리냐” “널 죽였으면 좋겠다”며 막말을

퍼붓던 이 후보자지만 자식은 그저 안쓰러웠나 보다.

이 후보자의 아들 셋은 할머니로부터 서울 상가와 아파트, 비상장 주식을

고루 물려받았다. 당시 이들의 소득으로 미루어 볼 때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아 매매 대금을 치르고 세금을 냈을 것이란 의심이 존재한다.

이 후보자의 아들 셋은 이미 10억 원대 자산을 축적했다. 보통 청년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 격차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김 의원과 이 후보자의 애끓는 자식 사랑은 청년들이 ‘부모 찬스’까지

동원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협소한 기회를 두고 끝없이 경쟁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남 탓할 줄 모르고, 반칙할 줄 모르고,

변명할 줄 모르는 많은 청년은 스스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자책한다.

좌절이 깊어 주저앉고 만다. 이런 사회를 바꿀 책임이 있는 공직자가

공동체의 안녕보다 자식의 안녕만 챙기고 위법을 저지르고도

그 윤리의 타락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절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