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하는 공간에 머물러서인지 창문을
열어 놓고 잤기 때문인지 감기에 걸렸습니다.
열이 오르내려 창조적인 일을 하기 어려우니
책을 읽습니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원제는 <On the Brink of Everything: Grace,
Gravity, and Getting Old>입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며 정치행동가인 시몬 베유(1909-1943)의
책 <중력과 은총 (Gravity and Grace)>이 떠오릅니다.
젊은 시절에 인식하지 못했던 '중력'과 '은총'을
나이 들어가며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한국어 번역판은 원제를 이루는 단어들 중에서
'Getting Old'에 주목했나 봅니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라는 제목 왼쪽에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이라 쓰여 있으니까요.
책을 읽다가 잘못된 글씨를 발견하면 그 책이
읽기 싫어집니다. 이 책의 경우도 23쪽에서
잘못된 글씨를 보자 읽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애해 마지않는 친구가 준 책이라
꾹 참고 읽었습니다. 143쪽에서 또 잘못 쓰인
조사를 만났지만 다시 꾹 참았습니다.
아래에 이 책에서 만난 문장들을 옮겨둡니다.
이 책과 같은 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룬
책을 원하는 분에겐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구체적이진 않습니다.
죽음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쓰인 책을 원하는
분에겐 달리이 라마의 <행복한 삶 그리고 고요한
죽음>을 권합니다.
68쪽
남자들이 생애의 좌표를 잃어버리는 것은 자만심보다는
내적 공허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 어떤 남자들은 '엉뚱한
데서 사랑을' 찾습니다. 착취적인 섹스나 약물 남용도
있지만, 더 자주 나타나는 건 권력과 부와 명성에 대한
탐욕이죠.
74쪽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면,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직업을 갖지는 마세요.
76쪽
효율성의 규범에 더 단단히 매달릴수록, 우리가 떠맡을
과제는 더 작아질 것입니다. 그것은 단기적인 결과를
내는 일들일 뿐이니까요. 공교육이 그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 (한 번도 수행되지 않은
커다란 일)에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우린 오로지
아이들이 측정 가능한 결과로 시험을 통과하도록 하는 데만
마음을 씁니다. 그 시험들이 정말 중요한 것을 측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으면서요.
115쪽
세 가지 진실한 것이 있다. 신,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웃음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우리의 이해 너머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오브리 메넌의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의 한 구절)
122쪽
많은 노인, 특히 남자들이 퇴직 이후 절망에 빠지는데,
이는 주요 수입원 만이 아니라, (그중 많은 이가 아르바이트나
최저임금을 받는 다른 직업을 찾는다),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밥벌이를 위한 직업이 있었지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명, 즉 사람이 죽을 때까지 추구할
수 있는 소명이 없었다.
'오늘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의 그림자 (2025년 10월 1일) (2) | 2025.10.01 |
|---|---|
|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2 (2025년 9월 12일) (1) | 2025.09.12 |
| 그저 사랑한다는 것은 (2025년 7월 13일) (0) | 2025.07.13 |
| 여름 노래 (2025년 6월 28일) (1) | 2025.06.28 |
| 누가 지구를 위해 말할 것인가 (2025년 6월 4일) (1) | 2025.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