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사랑의 그림자 (2025년 10월 1일)

divicom 2025. 10. 1. 10:12

애도할 일은 많지만 애도하기엔 너무 바쁜 한국인들...

즐거움은 가볍게 하고 슬픔은 깊어지게 하는데, 이 나라엔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뿐입니다. 얼마나 외면하고 싶은 게

많으면 저럴까 이해를 하면서도, 즐거움이 수반하는 가벼움이

절망을 일으킬 때가 잦아집니다.

 

그래서 시월의 첫날, 슬픈 시를 읽습니다. 늘 슬픈 시를 쓰는

시인의 시가 아니고, 못 마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신랄하게

보여주는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입니다. 그는 미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시와 소설로

'미국 하류 인생의 계관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시는 그가 죽은 첫사랑 제인 쿠니 베이커를 애도하며

쓴 시입니다. 원문 전체에, 첫 연을 번역해 곁들입니다. 

 

 

제인에게

 

225일이나 풀밭 아래 있었으니

네가 나보다 잘 알겠지.

그들이 네 피를 한참 앗아가 

넌 바구니 속 마른 나뭇가지야.

이렇게 되는 건가?

이 방엔

사랑했던 시간들의

그림자들이 여전한데.

 

For Jane

 

225 days under grass

and you know more than I.
they have long taken your blood,
you are a dry stick in a basket.
is this how it works?
in this room
the hours of love
still make shadows.

when you left
you took almost
everything.
I kneel in the nights
before tigers
that will not let me be.

what you were
will not happen again.
the tigers have found me
and I do not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