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할 일은 많지만 애도하기엔 너무 바쁜 한국인들...
즐거움은 가볍게 하고 슬픔은 깊어지게 하는데, 이 나라엔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뿐입니다. 얼마나 외면하고 싶은 게
많으면 저럴까 이해를 하면서도, 즐거움이 수반하는 가벼움이
절망을 일으킬 때가 잦아집니다.
그래서 시월의 첫날, 슬픈 시를 읽습니다. 늘 슬픈 시를 쓰는
시인의 시가 아니고, 못 마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신랄하게
보여주는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입니다. 그는 미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시와 소설로
'미국 하류 인생의 계관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시는 그가 죽은 첫사랑 제인 쿠니 베이커를 애도하며
쓴 시입니다. 원문 전체에, 첫 연을 번역해 곁들입니다.
제인에게
225일이나 풀밭 아래 있었으니
네가 나보다 잘 알겠지.
그들이 네 피를 한참 앗아가
넌 바구니 속 마른 나뭇가지야.
이렇게 되는 건가?
이 방엔
사랑했던 시간들의
그림자들이 여전한데.
For Jane
225 days under grass
and you know more than I.
they have long taken your blood,
you are a dry stick in a basket.
is this how it works?
in this room
the hours of love
still make shadows.
when you left
you took almost
everything.
I kneel in the nights
before tigers
that will not let me be.
what you were
will not happen again.
the tigers have found me
and I do no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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