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17: 사일러스 마너 (2024년 6월 6일)

divicom 2024. 6. 6. 11:27

오늘은 현충일, 나라를 위해 전사하거나 순직한 사람들,

즉 나라를 사랑하다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조기를 걸며 '사랑'을 생각합니다. '사랑'을 생각하니

어제 읽기를 끝낸 책이 떠오릅니다.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 1819-1880)의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입니다.

 

2024년에 1861년에 출판된 소설을 읽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독자가 19세기 영문학 전공자라는 뜻?

지금 자신을 둘러싼 21세기적 현상들보다 19세기를

더 편하게 느낀다는 뜻? 저는 영문학자가 아니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일까요?

 

그러나 19세기 또한 21세기만큼 불합리했던--불합리의

유형만 다를 뿐--시대임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떤 시대에 태어나도 그 시대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는 그들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너>를

두 번이나  거푸 읽은 건 그 소설이 탁월하게 그려낸 사랑

--어떤 시대적 변화도 손상할 수 없는--때문이겠지요.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주무시는 어머니 옆에서 짬짬이

읽던 소설, 2월 13일 어머니 아주 떠나신 후 다시 보니

처음 보는 책 같았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보낸 시간을

되새김하며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늘 핀잔하시던 어머니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어머니로부터 늘 상처를 받던 제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조지 엘리엇은 1880년 5월 6일 오랜 친구인 존 크로스와

결혼하고, 그해 12월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사랑이 무언지 알고 그 사랑을 실천했던 조지 엘리엇처럼

현충일은 나라 사랑을 실천했던 분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나이 들었지만 아직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분들에게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너>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