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 거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저의 스승이셨고 뛰어나신 분이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은 '초과 달성'의 인생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끼니를
걱정하며 살았기에 하루 세 끼만 거르지 않고
살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세 끼는 물론
다섯 끼도 먹을 수 있으니 초과 달성이 아니냐?"며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는
저도 초과 달성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겸연쩍지만 감사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 덕에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두 분이 받고 싶어했으나
받지 못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가
생각하신 '성공'과 제가 꿈꾼 성공 또한 매우
달랐습니다.
저는 일찌기 제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한 사람만
구하고 죽을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생면부지 여인에게서 제 덕에, 더 정확히는
제 책 중 한 권 덕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날부터 제 인생은
가벼워졌습니다. 이미 성공했으니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되겠구나...
그후 1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제 인생의
'초과 달성'을 생각하게 된 건 생일 선물 때문입니다.
덴마크 풍선껌, 어여쁜 금일봉, 코다리 무찜, 거액의
에스페란자 로스터즈 커피값 선결제, 제가 오래 구하려
애썼으나 구하지 못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Richard III
(리처드 3세)>, 저를 '나의 가장 밝은 등대'라 부르는
친구의 카드, 34년 동안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친구의 카드,
메리골드와 맨드라미 꽃다발, 프라이드 치킨과 올리브빵 등등...
제 인생은 틀림없는 '초과 달성' 인생입니다.
김흥숙을 살게 하느라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저의 복 자랑에 눈살을 찌푸리실 분들의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T5SsMxc314&list=RDOT5SsMxc314&start_radio=1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는 엄마처럼 (2024년 8월 21일) (1) | 2024.08.21 |
---|---|
노년일기 225: 버섯 농사 (2024년 8월 18일) (1) | 2024.08.18 |
노년일기 223: 노인은 반성 중 (2024년 8월 9일) (1) | 2024.08.09 |
노년일기 217: 사일러스 마너 (2024년 6월 6일) (0) | 2024.06.06 |
노년일기 216: 숫자 게임 (2024년 5월 28일) (1) | 202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