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24: 내 인생은 초과 달성 (2024년 8월 12일)

divicom 2024. 8. 12. 10:12

제가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 거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저의 스승이셨고 뛰어나신 분이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은 '초과 달성'의 인생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끼니를

걱정하며 살았기에 하루 세 끼만 거르지 않고

살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세 끼는 물론

다섯 끼도 먹을 수 있으니 초과 달성이 아니냐?"며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는

저도 초과 달성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겸연쩍지만 감사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 덕에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두 분이 받고 싶어했으나

받지 못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가

생각하신 '성공'과 제가 꿈꾼  성공 또한 매우

달랐습니다.

 

저는 일찌기 제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한 사람만

구하고 죽을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생면부지 여인에게서 제 덕에, 더 정확히는

제 책 중 한 권 덕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날부터 제 인생은

가벼워졌습니다. 이미 성공했으니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되겠구나...

 

그후 1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제 인생의

'초과 달성'을 생각하게 된 건 생일 선물 때문입니다.

덴마크 풍선껌, 어여쁜 금일봉, 코다리 무찜, 거액의

에스페란자 로스터즈 커피값 선결제, 제가 오래 구하려

애썼으나 구하지 못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Richard III

(리처드 3세)>, 저를 '나의 가장 밝은 등대'라 부르는

친구의 카드, 34년 동안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친구의 카드,

메리골드와 맨드라미 꽃다발, 프라이드 치킨과 올리브빵 등등... 

제 인생은 틀림없는 '초과 달성' 인생입니다.

 

김흥숙을 살게 하느라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저의 복 자랑에 눈살을 찌푸리실 분들의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T5SsMxc314&list=RDOT5SsMxc314&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