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11: 그 방이 자꾸 가라앉는 이유 (2024년 2월 7일)

divicom 2024. 2. 7. 11:52

1415호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한 침대 주인의 84년

한 침대 주인의 94년

한 침대 주인의 58년

한 침대 주인의 87년

리베로 간병인의 77년

작은 방에 400년이 실려 있습니다.

 

꼬마 문병객 둘이 바쁜 

경비원 뒤로 숨어듭니다.

꼬마들은 애드벌룬이 되어 

1415호를 밀어올립니다.

침대의 주인들과 간병인의

웃음이 날개를 단 듯 솟구칩니다.

 

꼬마들이 떠난 1415호는

길고 무거운 침묵입니다. 

꼬마들 뒤에 놓인 짧은 시간과

꼬마들 앞에 놓인 긴 시간이

거주자들의 뒤에 놓인 긴 시간과

앞에 놓인 짧은 시간과 오버랩되어

낡은 몸들이 뒤척입니다.

 

이윽고 코 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주자들 모두 기억해 낸 것이지요.

결국 세계의 배들은 모두 침몰하거나

해체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