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 동안 세 그룹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저처럼 비사교적인 사람이 이럴 때 사교적인
사람들의 연말은 얼마나 바쁠까요?
한 그룹은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아이 반의
어머니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이 마흔이 넘었으니 우리 중 가장
어린 사람도 세는 나이로 일흔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 은퇴하여, 이제
이 모임은 손자손녀를 키우며 할머니 노릇을
하는 사람들과 손주 없이 할머니가 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아이들
얘기, 저세상으로 갔거나 이 세상에 있는 남편
얘기부터 대법원장 후보와 대통령 얘기까지
온갖 주제를 넘나듭니다.
또 한 그룹은 옛 직장의 친구들과 그들 덕에
알게 된 친구 모임이었습니다. 최근에 아들을
잃은 친구를 위로하다 각자가 겪은 상실에
대해 얘기하며 울었습니다. 한 친구는 요즘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있지만, 모임의 주제는
삶과 죽음과 자녀 얘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옛 직장의 후배들이었습니다.
현직에 있는 후배는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예전 사람들에 비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동조했습니다.
맡은 일을 잘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어
인력이 하향평준화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와, 그 변화와 상관 없는 소소한
행복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세 그룹 사람들은 모두 경력이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예순이 넘었다는
것과, 꽃길만 걸어온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상실과 실패, 질병과 질시. 외로움과 괴로움
두루 겪으며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제게 선생 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가르치는 대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들과 저의 앞날이 지난날보다 편안하기를,
남아 있는 나날이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우리의 마음을 키워 주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