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도 시간에도 낮에 산책을 하다가도
눈시울이 젖습니다. 생애의 끝 언저리에서
한 해의 끝을 맞는 분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물 찬 제비 같던 어머니가 갑자기 거동을
못하게 되시고, 얼마 전만 해도 새로 나가는
데이케어센터가 재미있다고 밝게 웃으시던
이모가 요양병원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선균 씨처럼 떠나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태어나서 1세기 안팎의 시간을 산 뒤에 삶이
죽음으로 치환되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죽음과
만납니다.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육체에서 시작된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후에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 과정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건 삶이 한창일 때만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이겠지요.
삶이 한창일 때부터 감사하며, 정신이 육체를
부릴 수 있는 동안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시련이 닥쳤을 때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마음을 벼려야겠습니다.
사별은 슬픈 것이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지요. 우리보다 앞서 태어났던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걸어간 길... 우리 또한 그 길의
행인이 되는 것이니까요...
*배우 이선균 씨(1975-2023)는 2023년 12월 27일
스스로 인생 무대를 떠났습니다.
선균씨, 높은 곳에서 부디 편히 쉬세요.
그렇지만 당신을 괴롭히고 등을 떠민 자들을
용서하지는 마세요. 우리가 다시는 당신처럼
독보적인 배우를 잃지 않게 하세요.
선균씨... 깊이 감사합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206: 재활용 어려움 (2024년 1월 11일) (2) | 2024.01.11 |
---|---|
이영애 씨에게 (2024년 1월 9일) (1) | 2024.01.09 |
노년일기 198: 나이 든 친구들 (2023년 12월 10일) (1) | 2023.12.10 |
김종건 교수님... (2023년 12월 4일) (1) | 2023.12.04 |
부여와 부여 밤 (2023년 11월 20일) (2)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