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단골 카페 마당에서
수국들이 시들고 있었습니다.
대추를 떠나보낸 대추나무도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맞은편 장애인 주간 보호시설의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압니다.
앞마당을 붉게 물들이던 수국들과
데일 듯 뜨거운 여름 햇살에 오히려
빛으로 맞서던 대추나무 잎들,
주차장을 넘어 인도까지 넘나들던
장애인 시설의 자동차들을...
보이는 것은 늘 변하지만 진실은
그 변화 너머에 있는 것...
자박자박 문밖을 거니는 가을비,
시들던 수국과 기운 없는 대추나무를
반짝반짝 씻어 주겠지요. 주차장 바닥도
쌓인 먼지를 벗고 말개질 겁니다.
자박자박 비의 발소리를 들으며
시간처럼 진한 커피 마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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