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어머니를 만나고 온 후
아팠습니다.
어제 어머니를 만나고 온 후엔
펑 젖은 옷을 다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무리 다려도 옷에선 자꾸 물이
나왔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러 경로당에 가니
어머니는 다른 분들이 고스톱하는 걸
구경하고 계셨습니다.
"난 이제 못해. 계산을 빨리빨리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거든." 경로당에서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한때 고스톱은 어머니의 취미였습니다.
어머니는 늘 친구분들과 고스톱을 치셨고
그 자리는 늘 웃음바다였습니다.
고스톱을 못 치는 제게 어머니는 늘
이담에 무슨 재미로 살 거냐고 힐난조로
말씀하셨습니다.
경로당에서 어머니의 집까지는 전봇대
두어 개 거리지만 어머니는 한 번에
걸어내실 수 없었습니다.
중간 지점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 앉아
차를 마시며 옛일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거야. 그 다부지던 내가."
어머니의 말씀은 마른 장미처럼
건조한데, 제 눈엔 자꾸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하필 그 편의점은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산책길의
꼬마 공원 앞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꿈이 초과 달성되었다며
웃으셨는데, 어머니의 꿈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여쭤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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