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해 있는 룸메이트 덕에 매일 병원에
드나들다 보니 제 인생에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빌빌대던 제가
하루 두 번씩 병원을 오가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입원하면 저는 그의 병상에
틱 낫 한 (Thích Nhất Hạnh: 1926-2022) 스님의
작은 책 <be free where you are (있는 곳에서
자유로우라)>를 갖다 두곤 합니다. 병자가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그 책의 초록색 표지가
병자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환자 옆에 그 책을 갖다 놓았지만
환자는 책 보기보다 유튜브 시청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유튜브보다 책을 좋아하니
가끔 환자 곁에서 그 책을 봅니다. 엊그제는
거기서 본 소제목이 저를 빙그레 웃게 했습니다.
"When You Feel Grateful, You Do Not Suffer".
"감사하는 사람은 고통받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감사하는 한 괴롭지 않다'쯤
되겠지요.
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병원을 오가면서도
괴롭지 않은 건 제게 감사할 일이 끝없이
많기 때문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환자가 그동안 견강했던 것도 감사하고
지금 정도로 아픈 것도 감사하고 제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병원이 집에서 가까운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제게 끝없이 감사할
이유를 주시는 천지신명께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