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81: 천사를 만난 시간 (2023년 8월 9일)

divicom 2023. 8. 9. 20:53

나이가 쌓일수록 장례식장 방문도 늘어납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나

죽음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장례식장은

심오한 교육이 행해지는 교실입니다.

 

그 교실의 어떤 학생들은 말이 없지만, 어떤 학생들은

평소보다 말이 많아집니다. 죽음의 힘은 사람의 행태도

바꾸나 봅니다. 

 

어제 일산의 한 장례식장에 찾아갈 때는 그 어느

장례식장에 갈 때보다 힘겨웠습니다. 죽은 사람이

겨우 서른 넷 청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저께

전화로 그의 죽음을 전해 들은 순간엔 숨을 쉬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는 늦게 결혼한 친구의 아들로 실력 있는 스케이트

선수로서, 핸섬하고 다정한 선생님이자 코치로서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직장 가까운 데서 홀로 살다가 돌연사했다니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장례식장, 그의 방에 이르는 복도엔 수없이 많은

조화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를 가르쳤던 스승들,

그에게 배웠던 학생들... 그가 사주는 밥을 먹었던 후배들,

그가 눈물을 닦아주며 격려했던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는 제 생애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지만 저보다

꽉 찬 인생을 살았다는 걸... 그래서 저리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다는 걸...

 

방 입구 문패 속에서 짙은 눈썹을 자랑하며 송승우 씨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천사였네요. 천사가 어머니를 생각해 오래 머물러

주었네요." 그의 어머니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송승우 마르코 님, 하느님의 품에서 편히 쉬소서.

하느님, 마르코를 잃은 지상의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