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78: 두 가지 질문 (2023년 7월 21일)

divicom 2023. 7. 21. 08:29

지난 주 모임에서 한 친구가 토로했습니다.

이제는 이룰 것이 없어 살맛이 나지 않고 우울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연했습니다.

 

제가 잘못 보았는지는 모르나 제가 보기에 그는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자신과 자녀들의 윤택한 생활을

성취, 보장했을 뿐 인생에 대해 모르기는 일곱 살

아이와 같으니까요... 

 

그에게 무엇을 이루었느냐고 물으니 목표했던 것을

다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교수 노릇을 하다 은퇴했고

여러 개의 건물을 소유했으니 다 이룬 걸까요?

생각하기 전에 제 입이 묻는 소릴 들었습니다.   

"혹시 그 목표들이 너무 사소한 것들 아닌가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목표'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 건 이 나라가 '목표' 지향 국가라 그럴까요?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KIAS)에

문을 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의 '목표'는

'20년 이내에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허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의 개소식에서 행한

강연의 말미에 "수학과 인생엔 단 두 가지 질문 뿐이다.

무엇이 참인가? 왜 참인가?"라는 미국 수학자 하이먼 배스

(Hyman Bass)의 말을 인용하며, "여러분과 함께 오랫동안

생각하는 법을 배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허준이 씨에 대해서는 그가 작년에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을 때도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습니다. 

 

허준이 씨는 훌륭한 수학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의 훌륭함을 평가하는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즈상이라는 특정 상을

목표로 만들어진 연구소라니... 수상자를 배출하고 나면

연구소는 목표를 이룬 것일까요?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었기에 우울하다는 친구처럼 그 연구소도 '김 빠진 맥주'

꼴이 되는 것 아닐까요?

 

답은 허준이 씨의 말, 아니 하이먼 배스의 말에 있습니다.

수학처럼 인생에도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이 참인가? 왜 참인가?' 

저는 아직 질문의 답을 찾는 중입니다. 무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이니까요.

 

목표를 다 이뤄 우울하다 허무하다 하는 친구들이

스스로에게 이 수학자의 질문을 던져 보길, '생각하는

법을 배워 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