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79: 생-로-병-병-병-병-사 (2023년 7월 29일)

divicom 2023. 7. 29. 15:23

생-로-병-사 (生老病死), 네 시기 중 '로'가 길어지며

'병'의 시간도 늘어납니다. 예순을 넘겨 살면 오래

살았다고 환갑 잔치를 했는데, 이젠 일흔을 넘겨도

막내 취급을 받는 일이 흔합니다.

 

병을 앓는 노인이 많아지며 '생로병병병병사'라는 말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죽었을 상태의 노인들이

의술과 의료의 발전 덕에 죽지 않고 삶과 죽음이 반반씩,

혹은 2 대 8이나 1 대 9로 구성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 상태로나마 살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병병병병'의 기간엔 으레 병자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큰병으로 수도 없이 고비를 넘기면서도 담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훨씬 덜 고통스러운 것으로 알려진 병을

앓으면서도 끝없이 징징거려 주변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염병이 아닌 한, 병고(病苦)는 사회적 고통이 아닙니다.

병자 아닌 사람은 병자가 느끼는 고통을 알 수  없으니

병자의 토로를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하려 애쓰는 게 

고작입니다. 아픔은 오롯이 개인적인 경험이고 그래서

'아프면 외롭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병자들 중엔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징징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로하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듯 청승을 떨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지요. 그가 외로워서 그런다는 걸 아는 사람조차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람들은 점차

청승꾸러기를 피하게 되니 징징대는 병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청승주머니가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픈 것은 몸이니 몸을 위로하여

몸의 고통이 마음까지 음울하게 하는 걸 막는 것이지요.

'나의 몸아, 평생 내 마음을 좇아 세상을 헤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가? 그동안 애썼으니 부디 편히 쉬시게...'

그 평화의 끝이 무엇이든, 적어도 징징대어 주변을 쫓는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