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뭇잎을 닦으며 (2023년 3월 20일)

divicom 2023. 3. 20. 08:14

먼지 속에서도 봄이 옵니다.

먼지 앉은 나뭇잎을 닦다 보면 머릿속도

말개지는 것 같습니다.

 

물을 많이 먹어 썩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며

과유불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고

지나친 사랑은 사랑의 대상을 해침을 상기합니다.

 

대파가 쑥쑥 자라고 무가 연보랏빛 꽃을

피운 베란다를 서성이다 보면

부끄럽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자신을 키우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아래는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된 시 '나뭇잎을 닦다'입니다.

 

나뭇잎을 닦다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