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던 때나 프리랜서로 번역을 하는 지금이나.
제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최소한'입니다.
신문사와 통신사에서 일할 때 동료들에게서 기대한 것도
최소한의 성실성이었습니다. 기자로서 기사를 잘 쓰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최소한 육하원칙에 입각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가는
밝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을 빠뜨리거나 틀리게 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신문 1판이 나온 후 그런 기사를 발견하면 교정부에 비치된 교정지에
표시를 했습니다. 다른 부 기자들이 교정을 많이 보면 교정부원들의 일이 늘어나니
교정부원들은 싫어했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못 본 척하는 것은
근무태만이고 독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니까요.
번역을 하는 지금, 대개 다른 사람들이 우리말로 쓴 글을 영어로 옮기면서
'내가 교열자인가, 편집자인가, 번역자인가' 자주 생각합니다.
사실이 틀리게 적힌 경우, 한글로 쓴 글인데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경우,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아 글이라기보다는 문장을 엮어놓은 경우 등,
번역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원고들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미나리'에 대해 쓴 어떤 음악평론가의 글을 번역했는데,
그이는 영화의 말미에 불을 낸 인물을 틀리게 기술하여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언제쯤이면 원고를 '믿고 그대로' 번역만 하는 번역자가 될 수 있을까요?
글자 수를 세어서 주는 번역료를 받는 사람답게,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비논리적인 글의 논리를 세워주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까요?
날로 악화되는 원고들의 수준을 보면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자기 글과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
글을 다 쓰고 나면 매서운 편집자의 눈으로 읽어 보세요!
말이 되는지, 사실을 정확하게 기술했는지, 들어가야 할 정보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뛰어난 실력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최소한의 성실성'만이라도 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