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31: 빚 갚기 (2022년 8월 25일)

divicom 2022. 8. 25. 23:47

젊은 시절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얻고 또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그리곤 제법 열심히, 즉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참고 하면서

간신히 은행 빚을 갚았습니다. 다 갚고 보니 저는 젊지 않았습니다.

 

가끔 거울 속 흰머리를 빗으며 '그래도 빚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갚지 못한 빚이 제 키보다 높이 쌓여 있었습니다.

 

봄이 끝나갈 땐 봄에 받은 사랑 빚을 갚지 못하고 여름을 맞으니 어쩌나 했는데

서늘한 바람이 아침을 가르니 이 한 해 동안 받은 사랑도 또 갚지 못하겠구나...

절망하게 됩니다.

 

전에는 '빚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빛이구나'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젠 '아무리 해도 이 生에서 진 빚을 갚지 못하고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나이와 함께 늘어나는 건 부끄러움뿐입니다.

 

제게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참으로 미안합니다.

여러분께 진 빚을 갚기는 영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제 제게 보내는 사랑을 그쳐 주셔요.

 

빚은 갚지 못하니 기도만 하겠습니다.

하늘이여, 제게 사랑을 주신 분들을 지켜주소서.

그분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