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달고나처럼 맛있습니다.
달고나를 매일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좋아하는 시집도 가끔 보아야 합니다.
며칠 만에 <The Norton Anthology of Modern
and Contemporary Poetry>의 Vol.2 "Contemporary Poetry"를
펼쳤습니다. 613쪽.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 1932-1963)의
'나자로 부인 (Lady Lazarus)'의 한 연이 훅
들어옵니다.
"Dying
is an art, like everything else.
I do it exceptionally well."
"죽음은
모든 것이 그렇듯, 예술이라네.
난 그걸 특별히 잘하네."
영어 단어 'art'는 흔히 '예술'로 번역되지만
'기술'의 뜻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연마해서 얻게 되는
기술이지요. 잘 죽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고
자살도 연습해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겁니다.
1953년 8월 24일 어머니의 수면제를 먹고
처음으로 자살을 기도했지만
플라스는 30년 생애 내내 죽음과 함께했습니다.
여덟 살 생일 직후 아버지를 잃은 이 천재의 22년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봅니다.
성년이 되기 전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것,
그의 죽음과 주검을 목격하는 것...
제 경험으로 보면 그 '목격'은 어린 목격자의 마음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 평생 떠나지 않습니다.
저 같은 범인이 그러할 때 플라스 같은 천재의
고통이 어떠했을까... 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한 살에 엄마를 잃은 그의 아들 니콜라스 휴즈 (Nicholas Hughes:
1962-2009)와 두 살 반에 엄마를 잃은 그의 딸 프리다 (Frieda Hughes)...
자살로 인해 더 고조된 어머니의 명성 속에 성장했으니
그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외할아버지처럼 생물학자였던 니콜라스가
2009년 3월 16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 프리다가 세 번의 이혼을
겪은 것... 모두 그들의 고통을 짐작하게 합니다.
제가 가능한 한 죽는 날까지 살아있기로 결심한 건
바로 이것, 제 인위적 죽음이 초래할 타인의 고통 때문입니다.
결심이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기 위해
'죽어라'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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