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산업이지만 산업 이상입니다.
잘 만든 영화에 담긴 찰나는 불멸합니다.
'모가디슈'는 지난 7월 말 개봉돼 호평을 받았으나
곧 이어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응당 누려야 할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너무 일찍 영화 역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남북한의 통일이 실현된다면
'모가디슈'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함께
제일 먼저 소환될 겁니다.
'모가디슈'를 보니 남북한이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세계가 'Korea' 자체를
모르던 1960년 대부터 1980년 대 중반까지, 남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경쟁했고, 남북한의 외교관들은 최전선의 군인들처럼 고생했습니다.
실화에 근거한 '모가디슈'를 보면서 외교는 다른 형태의 전쟁이며
외교관은 민간인이자 군인임을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1980년 대 중반 정치부 기자로서 외무부 (현재의 외교부)를 출입할 때
만났던 뛰어난 외교관들...
그 중에서도 박건우 대사님, 홍순영 장관님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일찍 이승을 떠나신 두 분... 두 분은 자신들을 뛰어넘는
후배들이 여럿 나오기를 기대하실 겁니다. 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외교부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가디슈'를 보고
자신의 의무이며 보람인 외교를 잘해내길 빕니다.
사족: 아무도 하지 않았던 중요한 얘기를 뛰어난 영화로 만들어주신
류승완 감독에게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