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89: 잠깐 (2021년 9월 19일)

divicom 2021. 9. 19. 08:51

어젯밤 늦게야 잠자리에 든 사람에게

아침 6시 31분은 새벽입니다.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안방에서 잤는데

예민한 귀가 문자 도착 알림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리며 거실로 나가는데

아흔 넘은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건강하셔도 연세가 있으니 걱정이 되는 거지요.

 

전화를 여니 동영상이 뜹니다.

보고 싶지 않아 전화를 닫았다가 다시 엽니다.

옛 직장 동료가 추석을 앞두고 보낸 단체 문자입니다.

명절즈음이면 늘 이런 문자를 보냅니다.

 

잠이 부족한 머리가 띵 합니다.

이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은 왜 이런 문자를 이렇게 이른 시각에 보내는 걸까?

자신이 아주 일찍 일어나 움직이다 보니 6시 반이면 누구나

자신처럼 활동 중일 거라고 생각하나?

 

농사에 종사하는 사람이 일찍 전화나 문자를 보내면 양해하기 쉽습니다.

그의 하루는 도시의 하루보다 일찍 시작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 사람은 도시에서 노는 사람입니다.

 

억지로 잠에서 깬 머리가 심하게 아플 때는 짜증이 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할 일이 없나?

이 사람이 60대에 들어선 후부터 이런 문자를 보낸 건 확실한데

그가 그러는 게 나이 때문인지, 원래 그렇게 남의 사정을 살피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러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이 덕에 저를 돌아봅니다.

그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저를 불쾌하게 했듯

저도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남을 힘들게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잠깐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내가, 지금, 이래도, 그를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