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트에서 지난 8월 19일에 쓴 단상을 만났습니다.
"선생처럼 위험한 직업이 있을까
조금 아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되풀이하며 먹고 살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이 많이, 혹은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되는,
자신에게 배운 사람들은 나무처럼 자라는데
자신은 화석이나 밑둥 썩은 기둥이 되어 여전히 입을 달싹이며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대학교 4학년 때 서울 모 여중으로 교생 실습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열 명이 그 중학교의 교생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중학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었고 등록금을 내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종례시간에 담임선생이
그 학생들에게 어서 등록금을 내라고 다그칠 때면 어디로 숨고 싶었습니다.
교사들이 참관하는 수업을 하고
교장으로부터 '하늘이 내린 교사'라는 칭찬까지 받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한 학생에게 어서 내라고 다그칠 자신이 없었고
계속 말로 떠들어야 하는 영어 선생 노릇을 제 체력으로 감당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생 대신 기자가 되었습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남의 일이 되었는데
8월 19일 노트에 왜 선생이라는 직업의 위험에 대해 쓴 것일까요?
아주 가끔이지만 누군가에게 '뭔가 아는 양' 말해야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영 마음이 편치 않은데 그즈음도 그랬나 봅니다.
저는 천생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