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날임을 햇살이 알려줍니다.
아침 일곱 시 조금 지난 시각의 햇살이
바늘처럼 따갑습니다.
그렇지만 7월 햇살도
산자락 나무들의 초록잎 지붕을 뚫진 못합니다.
초록 그늘 속에서 심호흡을 합니다.
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나갑니다.
이태준의 <무서록>에서 본 한시가 떠오릅니다.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었더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이 산중에 가득한 것은 구름뿐이니
안개 구름 속에 어디를 찾으랴 "
--이태준, 무서록, 범우사
<무서록>엔 쓰여 있지 않지만
이 시는 당나라의 시인 가도(賈島:779~843)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은자를 못 만나고)' 라는
제목의 시라고 합니다.
원문은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원문대로 번역하면 셋째 줄은 '이 산속에 계시기야 하겠지만' 이고
넷째 줄은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네' 라고 하지만
이태준의 번역이 더 아득하여 시적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산에 오르는 것과 같아
조금 더 먹고 조금 더 오르면 조금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지상의 삶도 더 잘 보입니다.
7월 햇살 따가워도 가끔은 초록 정기 가득한 산에 올라
전생 같은 지상도 내려다 보고 구름 속 스승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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