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 2021년의 첫달도 오늘로 끝이 납니다.
한달 동안 제 안팎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동네에는 '임대'가 붙은 상점이 많아졌고
제 마음에선 어떤 이름들이 의미를 잃거나 사라졌으며
자꾸 눈과 비가 내려 지상의 낯을 씻었습니다.
새 달력을 달고 먹고사는 일에 매진하느라
새로운 생각을 하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은 죽은 날과 같으니
이제라도 생生에 숨을 불어 넣어야겠습니다.
책꽂이에서 <역설의 논리학>이라는 책을 뽑아
목차를 훑어봅니다. 수학 얘기입니다.
처음 치른 대학 입학시험에서 수학은 0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 잘된 일이지만
당시에는 실패가 부끄러웠습니다.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것보다
부끄러운 것은 수학에서 0점을 맞은 것이었고, 0점 맞은 것보다
부끄러운 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어든 수학책도 여전히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왜 플러스가 되는가?' 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244쪽을 펼치니, '마이너스의 어려움'이라는 소제목이
있습니다. 마음에서 하나의 이름을 지울 때의 어려움 같은 것을
얘기하는가 하고 읽어보니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 중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장 몇 개가 반갑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는 '8 빼기 10'을 알지 못했다고 하며
스탕달도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에 관련하여 자서전 속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마이너스의 양을 어떤 사람의 빚이라고 생각했을 때, 1만 프랑의
빚에 5백 프랑의 빚을 곱하면 , 그것이 어째서 5백만 프랑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게 되는가?'"
투르게네프의 이해 불능, 스탕달의 질문은 시대를 뛰어넘어 바로
저의 것입니다. 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가
왜 플러스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플러스보다 마이너스라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끝없이 가볍게 하여 어느 날 문득
저 높은 곳으로 솟구쳐 오르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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