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형님, 길수 형님,
뵈온 지 한참입니다.
두 분은 이곳을 아주 잊으셨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두 분의 죽음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두 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 있으니까요.
엊그제 시부모님을 위한 제사상을 차리며 처음으로
두 형님의 진지를 올렸습니다. 문득 두 형님을 위한 상을
차릴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왜 좀 더 일찍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두 분 생전에나
머리가 하얘진 지금이나 저는 이렇게 어리석습니다.
지수 형님, 길수 형님, 오랜만에 부모님과 한 밥상에
앉으신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혹시 이승에서 외롭고 괴로웠던 일들이 떠올라
그곳에서 얻은 평안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요...
아무 것도 모르던 저를 자매로 받아주시고
귀여워해주시던 두 분... 부끄러움이 많아 표현은 못하셔도
늘 아랫목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대해주시던 두 분...
지수 형님, 길수 형님,
시누이와 올캐라는 호칭은 이곳에서나 쓰이지만
사랑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 흐르니
제 뒤늦은 고백을 들어주소서.
지수 형님, 길수 형님, 사랑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69: 꼬마 눈사람 (2021년 1월 28일) (0) | 2021.01.28 |
---|---|
노년일기 68: 동창 같은 것은 (2021년 1월 21일) (0) | 2021.01.21 |
세계지도, 비명의 지도 (2021년 1월 9일) (0) | 2021.01.09 |
새의 입김 (2021년 1월 5일) (0) | 2021.01.05 |
노년일기 66: 어머니, 나의 어머니 (2021년 1월 2일) (0) | 2021.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