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66: 어머니, 나의 어머니 (2021년 1월 2일)

divicom 2021. 1. 2. 17:31

어머니 댁 현관에서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면

늘 슬픔이 솟구쳐 오릅니다.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아서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밖에서 딸들을 만나 점심을 드시던 어머니이지만

확진자가 천 명을 넘어서니 자녀들 모두 외출을 자제하시라고

권했습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갑갑해서 생병이 나는' 어머니이시니

우리집에서라도 점심을 드시겠느냐고 여쭈어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반색을 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12월 마지막 두 번의 토요일에 이어 오늘도

어머니는 우리집에서  점심을 드셨습니다.

원래 솜씨가 좋으신지라 남이 하는 음식은

성에 차지 않는 분인데, 처음 점심을 드시러 오셨을 때는

칭찬이 후했습니다. 

 

엊그제부터 허리가 많이 아프셨다더니

그 고통 때문인지, 오늘은 들어오실 때부터 표정이

밝지 않으셨습니다. 식탁에도 늦게 앉으셨고

국을 한 술 뜨시자마자 싱겁다며 소금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쉽게 하는 일도 못하는 사람에겐 힘이 듭니다.

저는 솜씨가 어머니 같지 않아 반찬 없는 점심 한 상을

차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몸도 좋지 않아

어젠 종일 누워 있다시피 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어 부엌에서 종종거렸는데 어머니가

불만스런 표정을 하시니 기분이 나빠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해 바뀌며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든 최선을 다하리!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 어머니가 "거실 바닥이 따뜻하네"

하시는데, 눕고 싶다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누우시라고 베개를 놓아드리니 못 이기는 척 누우셨습니다.

어머니가 우리집에서 드러누우신 것은 처음입니다.

허리가 얼마나 아프시면 저러실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 얼굴에 햇빛이 비쳐 눈이 부실까 염려했더니

온몸에 햇빛을 쪼이니 좋다며 "너, 이담에 늙어도 이 집에서 살아라" 하고

웃으셨습니다. 아흔 넘은 어머니의 눈엔 일흔 가까운 딸도 아직 노인이

아닌가 봅니다. "엄마, 저 이미 늙었어요. 저도 법적인 노인이에요" 하자,

다시 희미하게 웃으셨습니다.

 

한참 누워 계시다 일어나신 어머니는 허리가 좀 나아지신 듯

표정도 밝아지셨습니다.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마트에 들러

좋아하시는 밤을 산 후 어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현관에 밤을 놓고 어머니를 배웅했습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칭찬은 안 하셔도 좋으니 부디 아프지만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