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 한쪽 벽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 걸어 놓은 것입니다.
저는 김흥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
한 가족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억하려는 것이지요.
제 나날이 평탄할 때도 저 지구촌 곳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저 지구촌 곳곳에 내 몸 같은
몸이 얼마나 많을까, 내 마음 같은 마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제가 겪는 고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시야의 크기와 반비례할지 모릅니다.
시야가 좁을수록 자신의 고통을 크게 느낄 거라는 것이지요.
새해 두 번째 토요일, 세계는 여전히 겁에 질린 채 바이러스의 퇴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숨진 지구인이 19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라트비아의 인구가 188만 8천 명이라니 라트비아라는 나라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190만 개의 인생이, 190만 가지 역사,
수 백만 개의 꿈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재앙이 요구하는 반성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리석음 때문이겠지요...
언제부턴가 세계지도는 비명의 지도, 우행의 지도가 되었습니다.
지구촌이 아프니 저도 아픕니다.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 가끔 눈물을 닦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VHiXa1W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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