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인 만큼
수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대단합니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학은 20세기의 대학과 다릅니다.
20세기에는 대학 교육이 곧 사회에서의 성취,
즉 교양, 취업, 사회적 인정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무교양자와 실업자가 차고 넘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을
나온 사람 못지않은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대학 졸업자보다
큰 성취를 이루는 일도 많습니다.
어쩌면 지금 대학에 가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지
모릅니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
즉 20세기 사람들의 두려움이지요.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알려 하지 않고
걱정만 합니다.
부모와 상관없이 젊은이들 스스로
자신이 왜 대학에 가려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 관해서도 그렇지만 부모들을 비롯한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기를 좋아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여전히 유효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제가 피곤할 때 읽는 책 <호밀밭의 파수꾼>에는
바로 그런 어른들이 나옵니다. 하 하!
P. 54-55. 16세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뉴욕으로 가는 밤기차에서 자신이 막
퇴학당한 기숙고등학교 학생 어네스트 모로우의 어머니를 만납니다.
모로우란 놈은 샤워한 후에 젖은 수건으로 남들의 엉덩이를 갈겨대며
복도를 활보하는 형편없는 놈인데, 녀석의 어머니는 아들과 달리
매우 매력적이고 교양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너무 예민해서(very sensitive)’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홀든이 속으로 생각합니다.
Sensitive. That killed me. That guy Morrow was about as sensitive as a goddam toilet seat. I gave her a good look. She didn’t look like any dope to me. She looked like she might have a pretty damn good idea what a bastard she was the mother of. But you can’t always tell—with somebody’s mother, I mean. Mothers are all slightly insane. T
예민하다고? 죽여주는군. 그 모로우란 놈이 예민하다면 아무나 앉는 변기만큼 예민하겠지.
모로우의 어머니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바보 같지는 않았다. 자기 애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잘 알고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엄마들은 참 알 수가 없다. 다들 살짝 미쳐 있으니까.
P. 56. You take somebody’s mother, all they want to hear is what a hot-shot their son is.
엄마들은 누구나 자기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만 듣고 싶어한다.
P. 169. But you don’t have to be a bad guy to depress somebody—you can be a good guy and do it. All you have to do to depress somebody is give them a lot of phony advice.
나쁜 사람만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게 아니야. 좋은 사람도 그럴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충고를 늘어놓기만 하면 사람을 우울하게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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