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 잔이 넘치네(2019년 6월 29일)

divicom 2019. 6. 29. 07:23

새벽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비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창 밖으로 팔을 내미니 마침표 같은 비가 팔에 묻습니다.


시들시들한 몸 때문에 긴 산책은 하지 못해도 

짧은 산책은 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화내는 대신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베란다의 토마토 나무에 노란 별 같은 꽃이 피고

기적처럼 열매 한 알이 열린 것도 경이롭습니다.

시든 수국꽃을 잘라낸 자리가 아무렇지 않게 아문 것을 보며

제 엄살을 생각하고, 골목에 떨어져 구르는 푸른 감을 보고

삶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창 밖의 비가 세상의 모든 메마른 마음들까지 적셔 주기를,

적실 수 없으면 묻기라도 하기를...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