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비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창 밖으로 팔을 내미니 마침표 같은 비가 팔에 묻습니다.
시들시들한 몸 때문에 긴 산책은 하지 못해도
짧은 산책은 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화내는 대신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베란다의 토마토 나무에 노란 별 같은 꽃이 피고
기적처럼 열매 한 알이 열린 것도 경이롭습니다.
시든 수국꽃을 잘라낸 자리가 아무렇지 않게 아문 것을 보며
제 엄살을 생각하고, 골목에 떨어져 구르는 푸른 감을 보고
삶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창 밖의 비가 세상의 모든 메마른 마음들까지 적셔 주기를,
적실 수 없으면 묻기라도 하기를...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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