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에게 시정잡배나 할 '성희롱 발언'을 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제명을 당했습니다.
강 의원은 그러한 조치가 "잘못된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충분한 사실에 대한 확인이 없이" 이루어져
유감스럽다며 윤리위원회에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자신은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며, "정치생명을 걸고 허위왜곡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저는 아무래도 강 의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겨우 마흔한 살 밖에
안 된 사람이 선배들로부터 못된 짓을 이어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6년 2월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여종업원인 줄 알았다"고 했던 최연희 의원, 2008년 4월 총선 선거운동 기간중에
자신을 취재하던 방송국 여기자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린 정몽준 후보, 2007년 8월 "맛사지걸은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명언을 했던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놀라운 건 여성 의원들의 반응입니다.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성명을 내어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만약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출당 조치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 지도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의 발언도 놀랍습니다. 어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논란이 발생해 안타깝다. 하지만 당의 입장에선 앞으로 이런 논란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하니까요. 국회의원들에겐 출당이나 제명이 대단한 것인지 모르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의 눈에는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여성 국회의원들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우리 집안 사람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통크게 이해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들일까요? 왜, '성희롱'을 한
사람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고 다시는 어떤 선출직, 임명직 공직에 나아갈 수 없게 하는 법을
입안하려 하지 않을까요?
영화 '배트맨(Batman Begins)'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사회의 이해와 관용이 지나칠 때 범죄자가
판을 친다 (Criminals thrive on the indulgence of society's understanding.)"는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야말로 '배트맨'이 필요한 곳입니다. '배트맨'이 왔으면, 제일 먼저 국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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