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홀로 사는 노총각이 있었대요. 어느 날 괭이로 땅을 파며 "농사를 지으면 누구랑 먹나!"
탄식하니, 어떤 목소리가 "나랑 먹지 누구랑 먹어?" 하더래요. 했던 말을 다시 해보아도 같은 대답이
돌아오더래요. 총각이 놀라 주변을 살피니 논고둥 하나가 보이더래요. 총각은 고둥을 집에 가져와
장롱에 넣어두었는데, 그 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보면 김이 무럭무럭나는 쌀밥이 차려져 있더래요.
낮에 일하고 저녁에 돌아와도 멋진 밥상이 차려져 있더래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총각이 키를 쓰고 부엌 한쪽 구석에 앉아 지켜보니, 미소녀 하나가 방에서
나와 상을 차려두곤 방으로 돌아가더래요. 총각이 생각해보니 분명히 장롱 속 논고둥이더래요.
총각은 다음 날 소녀가 밥을 지을 때 뛰쳐나가 그녀를 붙들었대요. 소녀는 자신이 원래 천상의
선녀였으나 천상에서 죄를 짓고 인간세상에 내려왔는데, 총각과 인연이 있어 이렇게 살게 되었다며,
몇 달만 참으면 오래오래 해로할 것이니 몇 달만 참아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별하게 될 거라고
하더래요.
총각에겐 몇 달을 참을 여유가 없었고, 둘은 바로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대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런 복통으로 일하러 나갈 수가 없었대요. 아내가 대신 나가 논에 물을 대고 있을 때
고을 현감이 그 곳을 지나다 보더래요. 그녀는 얼른 근처 숲으로 피신을 했는데, 현감이 보니
숲 속에서 희한한 서광이 비치더래요. 현감은 역졸을 보내 서광의 정체를 밝히라 했고, 역졸은
미녀 하나를 찾아 대령했더래요.
현감이 여자에게 함께 가자 하니 여자가 비녀를 빼어주며 자기 대신 그것을 가져 가라 하더래요.
현감이 듣지 않자 여자가 반지를 뽑아 주었고, 그래도 듣지 않자 치마를 벗어주었대요. 그래도
듣지 않으니 저고리를 벗어 주었으나 현감은 듣지 않았대요. 마침내 속옷만 입은 여자는 현감의
가마에 타고 가게 되었대요.
소식을 들은 남편은 일시 기절했다 깨어나 관가로 달려가 애걸복걸했으나 현감은 듣지 않았대요.
결국 남편은 울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시체에서 파랑새 하나가 날아올라 여자에게로 갔대요.
여자는 파랑새가 된 남편을 알아보고 함께 울며 식음을 전폐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죽고
말더래요. 여자도 파랑새가 되어 둘이 함께 어디론가 날아갔대요.
이 이야기는 <한국 전래 옛날 이야기집>에 나오는 이야기, '죽어 파랑새 되어 임 찾아 헤매는
총각'을 조금 손보아 축약한 것입니다. 옛 이야기는 무릇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참을성의 중요성? 미모의 위태로움? 호기심의 위험? 병이 가져오는 고통이외의 피해?
공직자의 행패? 날개가 주는 자유?
어찌 보면, 비굴할 정도로 잘 참는, 아름답지 않은, 호기심 따윈 잃은 지 오래인, 주체할 수 없이
건강한, 날개 없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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