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뉴질랜드와 미국의 차이(2019년 3월 24일)

divicom 2019. 3. 24. 08:16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사람도 국가도 다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과 국가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에 드는 한국이 실제로는 아주 불공평한 

후진사회라는 것도 그치지 않는 사건들 덕에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또한

그런 사건입니다. 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손에 쉰 명의 목숨을 잃은 뉴질랜드가

스스로를 어떻게 추스르는지 보면, 그 나라는 한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문명한 사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슬픔을 위로하며 마음으로부터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아래는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고문이 어제 신문에 쓴 관련 칼럼입니다.



여적]뉴질랜드와 미국의 차이

이대근 논설고문

어떤 사회에서는 총기 사건이 나면 총을 사는 시민이 늘어난다. 위험을 느낀 시민이 자기 안전을 위해 총을 찾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총기 보유는 정당화되고, 누구든 쉽게 총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사회는 더 위험해진다. 반면 어떤 사회에서는 총기 사건이 나면 총을 포기하는 시민이 늘어난다. 위험을 느낀 시민들이 자기 안전을 위해 총을 멀리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총기 규제 강화는 정당화되고, 개인이 총을 손에 쥐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 사회는 안전해진다.

전자가 미국적 현상이라면, 후자는 뉴질랜드 방식이다.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50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자, 뉴질랜드 시민들이 총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총기를 줄여야 총기 사고도 준다는 사회적 합리성을 따른 것이다. 저신다 아던 총리도 자동 및 반자동 소총 판매를 즉각 중지하고, 시중에 나도는 총기를 되사는 정책을 발표했다.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회마다 다르다. 각자 도생하는 사회는 미국 모델, 즉 개인적 합리성이 사회적으로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 선택을 한다. 협력하는 사회는 뉴질랜드 모델, 즉 개인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선택을 한다. 미국 모델이 이기적 행동으로 서로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의 전형이라면, 뉴질랜드 모델은 상호 협조로 모두 이익을 보는, 협력적 행동의 전형이다.

총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실에는 미국·뉴질랜드 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안이 미국에서는 더 큰 불안을 촉진하는 불쏘시개가, 뉴질랜드에서는 협력을 불러내는 초대장이 됐다. 이 차이는 개인의 불안을, 동료 시민의 도움을 받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믿느냐 안 믿느냐에 달려 있다. 2007년 독일 봄테 시는 모든 거리에서 교통 신호체계를 없앴다. 신호등, 교통 안내판, 중앙선, 차선, 인도가 사라진 도로에는 자동차, 행인, 자전거가 뒤섞였다. 이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존재가 느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불안. 그것은 양보운전, 신중한 행동을 필요로 했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불안은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적 비용이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222040005&code=990201#csidxd4c8d7a05123ac9b02066b9aebed0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