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봄 편지(2019년 3월 9일)

divicom 2019. 3. 9. 07:54




곽재구 시인의 '봄 편지'를 읽을 때까진 꽃향기가 바람의 '밥'임을 몰랐습니다.

그저께부터 문득 맑아진 공기 속을 거닐며 저의 '밥'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빚입니다. 갚아야 할 사랑이 저를 살게 합니다.


'봄 편지'를 읽게 해준 일러스트포잇(Illust-Poet) 김수자 씨에게 감사하며 

그의 블로그에 실린 시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의 짧은 글을 옮겨둡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돼

'봄 편지'에 붙인 김수자 씨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봄 편지 - 곽재구

프로파일 illustpoet ・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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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에칭 판화



봄 편지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일주일 넘게 희뿌연 미세 먼지로 덮여있던 대기가 걷히더니 오늘은 시야가 시원하다. 
답했던 마스크도 호기롭게 벗고 심호흡도 해본다. 맘껏 숨을 쉰다는 것이 부자연스런 시대가 오다니! 자꾸 걷고 싶어 뒷산으로 접어드니 비탈길 매화나무도 몇 송이 흰꽃을 피웠다. 온갖 새들도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비단결같은 봄바람도 뺨을 스치니 마음이 넉넉해진다.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나도 배가 부른데 발걸음은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