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니 인간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되는 반면
세상엔 알 수 없는 일들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한동안 매스컴을 장식했던 '카풀'과 '우버'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SBS의 박상도 선임아나운서가 자유칼럼에 쓴
'우버'와 '카풀'에 대한 글을 이제야 읽고 아래에 옮겨둡니다.
| | | | |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아들 녀석이 택시보다 더 편리할 거라며 우버를 추천해줬습니다. 우버 앱을 깔면서 신용카드를 등록했습니다. 우버는 미리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편리한 듯하지만 왠지 내 지갑을 무방비로 열어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앱을 열면 내가 있는 위치가 지도에 나오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우버 차량이 도착하는 예정 시간과 요금이 나옵니다. 그런데 요금이 ‘7달러에서 16달러’,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즉, 7달러가 나올 수도 있고 16달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7달러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16달러가 나와도 항의할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7달러가 나오면 택시보다 요금이 싸지만 16달러가 나오면 택시보다 요금이 비싸집니다.
그러던 중 1월 27일에 필자의 가족이 우버를 이용해서 뉴욕 맨해튼 66번가에서 파이낸셜 구역까지 갔습니다. 길어야 3~4킬로미터 거리인데 무려 34달러나 요금이 나와서 ‘우버의 요금은 도대체 어떻게 정해질까?’ 궁금해졌습니다. 참고로 뉴욕 JFK공항에서 맨해튼까지는 30킬로미터 정도되는데 택시 요금은 52달러로 고정 요금(flat rate)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아들이 우버의 요금체계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요금이 올라가고,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달라져요. 그리고 승객 인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고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요금 책정은 우버가 운용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져서 그때그때 달라요.”
쉽게 얘기하면 예측 불가라는 이야기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그 알고리즘은 우버의 서버만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용자의 불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2015년 미주중앙일보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비싼 요금으로 비난받아 온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가 이번에는 '멋대로' 요금으로 오명을 입고 있다. ‘역동적 요금책정(Dynamic Pricing)'이라 불리는 우버 요금은 휴일, 날씨, 교통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일반 택시의 2~3배까지도 오른다. 하지만 우버 앱의 자체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요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언제 얼마나' 요금이 상승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이를 두고 '멋대로' 요금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우버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용자 수요가 운행 중인 우버 택시, 즉 택시 공급을 초과할 때 가격은 상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할 경우 택시 호출 전 우버 이용자의 앱 스크린에 요금 인상 동의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떠 이용객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버 이용자들은 요금 지불 때 받는 영수증에서 오른 요금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한 우버 이용자는 지난해 10월 늦은 밤 가장 값싼 차종인 우버X 택시를 이용했다가 보통 요금의 1.75배가 되는 요금을 냈다. 그는 당시 퀸즈 우드사이드에서 브루클린 부시윅까지3.5마일을 탔는데 30.83달러를 내야 했다. 이는 옐로캡 등 보통 택시 요금 20달러보다 10달러 이상 부과된 요금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버 운전사는 '토요일 늦은 밤 우버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3 배까지도 오른다'고 말했다"며 "언제 갑자기 급증할지 모르는 요금 때문에 우버 이용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뉴욕시의회는 우버의 이러한 요금 규정을 '바가지' 요금이라 비난하고 있으며 택시리무진국(TLC) 등과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기사는 4년 전 이야기로 그동안 우버 서비스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기사에 나온 것과 비슷한 요금폭탄을 얼마 전에 얻어맞은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도 우버 같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합의안은 카풀 서비스 허용 시간을 주중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의 분신이 있었고 파업투쟁이 있었고, IT업계는 업계대로 탈규제를 외치며 강하게 맞섰습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공유경제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모두 IT를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입니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대를 선도한다는 교조적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길이 맞는 방향이니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규제는 무조건 악한 것으로 단정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필자는 뉴욕의 지저분한 지하철을 3,000원이 넘는 요금을 내고 타면서 우리나라의 값싸고 질 좋은 대중 교통 수단들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뉴욕의 택시 또한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택시 기사는 외국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라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어려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금은 서울의 3배 이상이었고 가끔 이용한 우버는 택시보다 비쌌습니다.
우리의 대중 교통이 우수한 이유는 바로 규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간섭이 우리가 값싸고 좋은 대중 교통수단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교통체계에 겉으로는 창조적인 혁신을 외치며 속으로는 철저한 영리를 목적으로 카풀 서비스가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필자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버가 받는 수수료는 20%입니다. 인터넷에 시스템을 구축해서 이용자와 사용자간 중계를 해서 얻는 수수료가 20%나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중개업자가 수수료 20%를 요구하면 경찰에 고발당할 겁니다. 수수료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없으니 폭리를 취하는 겁니다. 필자는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얘기한 카풀 업체들이 수수료를 몇 퍼센트 받겠다고 얘기했는지 모릅니다. 알려주지 않으니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단지, 세계적 추세가 공유경제로 가고 있고 국내 토종 기업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우리는 뒤쳐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를 플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참고로 우버는 더 이상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사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혁신적인 것인 양 얘기하는 자체가 우습습니다. 혁신을 얘기하려면 세계 최초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우버를 개발하게 된 것은 개발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다가 너무 힘들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서울보다 택시 잡기가 10배는 힘든 곳입니다. 대중 교통 역시 서울만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말 심야 시간 승차거부 문제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 문제가 우버와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 진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택시와 카풀 서비스가 공존하면서 요금이 올라가는 겁니다. 이미 택시 요금은 인상되었습니다.
이번 카풀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왜 이용자(국민)는 배제 했느냐?”고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일갈했다고 합니다. 카풀이나 쏘카가 시작한 타다 서비스 모두,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있는 외침이었습니다. 그런데 돈 얘기는 쏙 빠져 있습니다. 카풀이나 타다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저해된다는 얘기만 있습니다. 미국의 우버가 20%의 수수료를 챙기는데 국내 업체는 얼마나 챙길 것이며 그로 인한 전체 택시 업계의 요금 인상 압박은 없는 건지 따지는 사람이 왜 없는지 궁금합니다. 배달 앱이 결과적으로 치킨 값을 올린 꼴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카풀 같은 IT 기반 서비스와 기존 택시 서비스의 공존 또는 융합이 또다른 비용을 발생시키고 결국은 국민들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적지 않은 급여를 받는 필자조차도 택시를 타기 전에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망설입니다. 그래서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 되묻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얼마에 나를 데려다 줄 건데요?”
|
|
| 필자소개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