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문동환 목사님 영전에(2019년 3월 12일)

divicom 2019. 3. 12. 11:56

사람은 많아도 사람다운 사람은 드물고 목사는 많아도 목사다운 목사는 드문 세상,

목사 중의 목사이신 문동환 목사님이 지난 9일 오후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8세.


문 목사님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에 헌신하고

평생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신 목회자입니다.


오늘 아침 서울 한신대학교에서 목사님의 장례예배가 열렸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오늘 경향신문에 한국염 목사가 쓴 글을 옮겨둡니다. 


한 목사는 이 글에서 문 목사님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찬송가를 

싫어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그 찬송가를 좋아합니다. 

문 목사님은 '괴롭고 죄만 있는 곳/나 비록 여기 살아도' 하는 노랫말을 특히 싫어하셨다는데, 

저는 그 노랫말에서 위로받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하는 부분에서 

결의를 다집니다. 좋아하는 노랫말과 싫어하는 노랫말은 달라도, 저는 그분을 깊이 존경합니다.



가르침대로 하늘만 바라보지는 않겠습니다…고 문동환 목사님 영전에

한국염 | 목사·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장

내 일생의 롤 모델로 두 분의 은사님이 계신다. 한 분은 여성운동가로서 삶의 모델이 되신 이우정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내 삶의 이정표가 되신 문동환 목사님이다.

나는 목사가 되기 위해 한국신학대학(한신대)에 들어갔다. 입학을 하고 난 뒤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교수로 계신 이우정 선생님을 보고 “교수는 여자도 될 수 있구나” 해서 한신에 남았다. 그리고 문동환 목사님에게 배우며 한신에 남기를 잘했구나 생각했다.

문 목사님이 싫어하는 찬송가 중 하나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였다. 특히 그 가사 중에 “괴롭고 죄만 있는 곳, 나 비록 여기 살아도…”를 싫어하셨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외아들을 보내기까지 할 만큼 사랑한 곳인데 이 세상의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것은 참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문 목사님이 또 강조하신 것 중의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같이 아파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그 작은 자와 함께하고 그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할 일이라고 말씀하였다.

당시 문 목사님은 미국에서 흑인신학을 공부하시고 귀국하신 지 얼마 안 되는 때라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다. 강의실에서 외치시던 “아파해야 해요!” 이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이 아파하는 마음이 문 목사님을 도시 빈민과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삶으로 들어가게 하셨다고 본다.

한신대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하면서 문 목사님 삶의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문 목사님의 꿈은 공동체를 통해 사회를 변혁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동체 ‘새벽의 집’을 만드셨다. 학생 때부터 새벽의 집을 드나들고 결혼해서도 새벽의 집 옆에 살면서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삶의 목표가 어떠해야 하는지, 남녀 간에 평등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체화하였다.

나는 ‘제2의 이우정이 되겠다’ 생각하고 여성운동에 매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뛰어들면서도 삶의 가치관이나 목회활동은 문 목사님의 발자취를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

문 목사님의 “오늘날 이 땅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물음은 곧 내 삶의 물음이 되었다. 그래서 민중교회 목회자가 되었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찾아왔을 때도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군가?”라고 스스로 물었다. 그때 내게 들려 온 대답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였다.

2013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문 목사님은 글로벌 시대, 신자유주의하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라고 하시며 자신도 떠돌이 신학을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문 목사님은 부인 문혜림 선생님이 세운 두레방 20주년 기념논문집에 떠돌이 신학에 관한 글을 쓰셨고 자신의 정체성을 ‘떠돌이 목자’라고 규정한 뒤 2012년 <바벨탑과 떠돌이>라는 책을 내셨다. 그 책을 쓰시면서 책에 실릴 내용들을 중심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셨다.

그 기억이 어제 같은데 이제 목사님은 떠돌이 목자로서의 생을 마치셨다. 나에게 떠돌이 목자로서의 길을 이정표로 남기시고. 목사님의 영전에서 선생님이 남긴 이정표를 따르겠노라고 감히 말씀드려본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12124015&code=100402#csidx2ed91ff6bd6ab1491fc3dc784d08d04